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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하면 생각나는 이름들


<Robert Plant @ Later With Jools Holland,
본영상은 현재 SK 브로드 앤 TV i-Concerts에서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로버트 플랜트...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릴 록매니어들이 한두분이 아니실것이라고 믿습니다. 사실 이렇게 쇳소리로 노래를 장엄하게 부를 수 있는 보컬리스트는 아주 극소수이며 그 극소수의 보컬리스트들이 좋은 연주자들과 함께 했을 때 그들의 음악은 대중음악의 고전으로 자리잡았었습니다.

게다가 로버트 플랜트 같은 경우에는 스튜디오에서는 당할 자가 없었다는 지미 페이지(Jimmy Page)와 안정적이고 뛰어난 베이시스트이자 건반연주자이며 또한 탁월한 편곡가이기도 한 존 폴 존스(John Paul Jones), 그리고 아주 고전적인 인상비평을 동원하자면 천둥 같은 드럼연주를 들려준 존 보냄(John Bonham)까지 가장 이상적인 동료들과 최상의 명연들을 만들어 냈었고 레드 제플린(Led Zepplin)의 해산 후에는 솔로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가장 보편적인 감성에 비춰봤을 때 사망한 존 보냄은 제외하고 지미 페이지와 존 폴 존스의 행보에 비하면 훨씬 주목할만한 음악을 들려줬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사실 레드 제플린부터 이어지는 논평을 하자면 그들의 신성성이 록큰롤 본연의 의의를 전환시키고 이때부터 록은 록이 아닌 제3의 면모를 띄게 된다는 등의 얘기로 이어가도 좋겠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본 코너의 기본적인 방향성은 학술적인 곳보다는 재미있는 트리비어(Trivia)를 찾는 데 있기에 그런 의의를 파기보다는 말 그대로 로버트 플랜트하면 괜히 생각하는 이름들에 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테리 라이드(Terry Reid)를 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로버트 플랜트보다도 먼저 레드 제플린에 가입제의를 받은 보컬리스트는 테리 라이드입니다. 실제 음반을 들어보면 로버트 플랜트의 고음과는 색다른 중후한 중저음과 애잔하게 느껴지는 고음을 가지고 있는 보컬리스트이며 실제 그 자신이 훌륭한 기타리스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로버트 플랜트보다 포크에 적합한 보컬리스트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포크음반에 많이 참여했던 지미 페이지답게 레드 제플린 시절에도 꽤 많은 포크록 스타일의 곡들이 존재하는데 “The Battle of Evermore”같은 곡을 만약에 테리 라이드가 불렀었다면 못지 않게 운치가 느껴지는 곡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역사에 만약이라는 단어가 없기에 가능한 가설이겠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테리 라이드는 레드 제플린만큼 유명세를 타지도 못했고 엄밀히 말하자면 언더그라운드/인디씬에서 활동하던 인물이지만 그의 야무진 음악만큼은 스스로 음악을 좋아한다는 진단이 나올 경우 놓쳐선 안될 음반이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1969년 발매된 데뷔작인 <Bang Bang, You’re Terry Reid>나 천재 프로듀서 톰 다우드(Tom Dowd)가 작업을 지휘한 장엄함이 감도는 1973년작 <River>같은 경우는 아주 훌륭한 음악을 담고 있어서 놓치지 아까운 앨범이 분명합니다. 요새도 계속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는 테리 라이드는 비록 레드 제플린은 되지 못했지만 레드 제플린에 있었어도 충분히 훌륭했을 법한 보컬리스트입니다.

1973년도에 유일작을 남긴 그라니쿠스(Granicus)역시 기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조금은 아니 많이 생소한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기억해두셔서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드록 일직선 밴드가 70년대 미국에서는 숱하게 나왔었지만 이렇게 레드 제플린식으로 중후한 질주감을 자랑하고 또한 로버트 플랜트와 클론에 가까운 보컬을 보유한 밴드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의 유일작은 2007년에 CD화되었고 LP의 경우도 비닐을 뜯지 않은 LP 10$전후로 구할 수 있는 한마디로 무척 자주 보이는 음반 중 하나지만 하드록이라는 장르에서 이만한 A급 밴드는 정말 흔치 않습니다. 어떤 한 곡을 굳이 꼽을 이유가 없이 격렬하게 질주하면서 로버트 플랜트와 90%확률로 닮아있는 보컬, 안정적인 연주. 다시 강조해보지만 기억한다해서 아쉬울 이유가 없는 밴드가 그라니쿠스입니다.

80년대에 들어오면 로버트 플랜트의 적자를 주장하는 보컬리스트들이 몇 명 나왔었습니다. 로버트 플랜트의 특징이라고 하면 두성에서 비롯되는 굉장한 고음, 그리고 고음에 살짝 섞이는 매력적인 비음, 그리고 누가 뭐라 해도 특유의 쇳소리라고 할 수 있을텐데 아마 레드 제플린이 국내에서 가장 평가를 높이 받게 된 것도 이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몇 명의 국내보컬리스트들은 눈가리고 들으면 로버트 플랜트랑 구분을 못한다고 해서 밴드에 가입이 된 적도 있다고 업계의 선배들이 얘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 중 저는 선두주자라면 누가 뭐라고 해도 그레이트 화이트(Great White)의 잭 러셀(Jack Russell)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레드 제플린의 굉장한 팬이었고 아예 그들의 노래를 연주한 앨범을 두 장이나 발매했었으며 적지 않은 라이브 앨범에서 레드 제플린의 곡을 연주했었습니다. 사실 LA메틀이라고 불리는 서구의 평론가들에게는 글램메틀이라고 불리는 장르는 이런 하드록 직계의 밴드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하드록이라고 부르기에 그들의 외모가 너무 예쁘고 화려했던 것도 사실이며 실제로 함량미달의 밴드들이 숱하게 있었지만 그래도 비장의 한방이 있는 이렇게 고전을 존중하며 록밴드로서의 자격과 기량을 가지고 있는 밴드들이 있었습니다. 굳이 동영상을 올리지 않아도 유튜브나 데일리 모션을 통해서 그들이 노래하는 레드 제플린의 커버를 보실 수 있습니다. 보면 정말 눈을 감고 들으면 물론 기타톤이 지미 페이지의 그 느낌은 아니지만 잭 러셀의 위력적으로 뻗어나가는 고음은 로버트 플랜트와 너무도 흡사합니다. 물론 그들이 대중음악이라는 분야에 남긴 족적이 거대하다고 보기에는 아쉽지만 아마 80년대를 통틀어 가장 레드 제플린이라는 족적을 좇았던 밴드라면 제 마음속에는 역시 그레이트 화이트, 그리고 보컬리스트라면 잭 러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또 빼놓을 수 없는 명실공히 로버트 플랜트의 클론으로 이름높았던 밴드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킹덤 컴(Kingdom Come)입니다. 물론 70년대에 활동하던 아서 브라운(Arthur Brown)이 이끌던 동명의 싸이키델릭 록밴드도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로버트 플랜트와 관련있는 밴드라면 역시 80년대에 결성된 킹덤 컴입니다. 특히 1988년도에 발표한 데뷔앨범 <Kingdom Come>에는 ‘What Love Can Be’라는 FM에서 숱하게 들리던 세계적으로 제법 히트했던 싱글이 들어있고 전체적으로 밴드의 연주도 가장 안정적이던 음반이었습니다. 이후의 음반을 두 장 더 구했었는데 솔직히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음반들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이 앨범은 전세계적으로 130만장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여전히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중 하나입니다. 이게 전부 보컬리스트 레니 울프(Lenny Wolf)의 목소리가 이끌어낸 판매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들에게는 그레이트 화이트의 마크 켄달(Mark Kendall)같은 기타리스트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결국 데뷔작에 모든 것을 쏟아낸 후 지금은 근근히 지방의 록페스티벌을 전전하며 심지어 아직도 ‘What Love Can Be’를 노래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레니 울프의 목소리만큼은 역시 로버트 플랜트와 무척이나 흡사합니다. 거기에 특이한 톤이 느껴져서 참 좋은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밴드는 보컬리스트뿐 아니라 그를 받쳐줄만한 연주자들의 높은 수준이 동시에 갖춰져야지만 음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던 밴드가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김종서입니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방금 이야기했던 눈감고 들으면 로버트 플랜트가 바로 김종서에 관한 전설입니다. 실제로 부활의 초대 보컬리스트라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김종서가 부활에 들어가게 된 이유가 리더인 김태원의 얘기를 빌려보자면 레드 제플린의 ‘Since I’ve Been Loving You’를 너무 잘 불러서 가입을 시켰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이 동영상은 쉽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김종서의 솔로앨범에서 로버트 플랜트를 연상시키는 보컬을 찾기란 다소 힘들지만 시나위의 두번째 음반이자 김종서가 처음으로 보컬리스트를 맡은 <Down and Up>은 비단 시나위뿐 아니라 한국 헤비메틀의 역사에도 중요한 앨범입니다. 실제로 새가 되어 가리시나위같은 노래들에서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만큼 시원한 고음의 목소리와 좀 더 빠르게 변한 신대철의 연주에 강기영(현재는 달파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그리고 김민기의 드럼사운드까지 전체적으로 당시 한국 록앨범에서 많이 느껴지던 빈듯한 소리의 아쉬움이 그나마 덜하고 곡의 구성이 당대의 일류밴드로 칭할만했고 말 그대로 하드록/헤비메틀이라는 장르의 틀 안에서 그리고 무척 힘들었던 당대의 한국사회라는 조건을 반영했을 때 확실히 훌륭한 한장의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김종서는 다시 시나위의 네번째 음반에서 노래를 부르고 이후 솔로로 전향하여 길을 모색하게 됩니다만 어쨌거나 중요한 사실은 한국의 많은 보컬리스트들 가운데 로버트 플랜트의 영향력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했던 보컬리스트는 이 시나위의 두번째 음반에서 노래를 부르던 김종서라는 것이 제 짧은 소견입니다.

 

어떻게 글이 잘 읽혔나 모르겠습니다. 아주 사소한 사견에 불과한 글들이지만 사실 모든 트리비어와 논평이 어떻게 보면 사견을 공적으로 표현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이 비록 누구보다 권위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시카고(Chicago)와 어쓰,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에 관한 얘기를 가지고 글을 풀어볼까 합니다.

by i-concerts | 2009/05/07 11:24 | Longtail Music Tal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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